유니크한 전통문화

아시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결혼식 풍습 4가지

duri-nyang 2025. 4. 14. 17:44

결혼은 ‘가문의 일’ – 아시아 결혼 문화의 공통된 특징

결혼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인생의 중대한 전환점이지만, 아시아에서는 그 의미가 특히 깊고 풍부하다. 단순한 두 사람의 사랑을 넘어, 가문과 가문이 맺는 사회적 계약, 문화적 통과의례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아시아 각국은 독특하고 상징적인 결혼 풍습을 발전시켜왔다.

다양한 종교, 민족, 언어가 공존하는 아시아는 지역마다 전통 결혼식의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예식의 형식과 의례는 물론, 사용하는 색상, 음악, 음식, 신랑신부의 의복까지도 각각의 문화적 의미를 품고 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역 사회 내에서 전승되고 있는 아시아의 결혼 풍습은, 단순한 전통 보존을 넘어 그 사회의 가치관과 공동체 의식을 반영하는 문화적 거울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다섯 가지 독특한 결혼 풍습을 살펴보며, 그 안에 담긴 상징과 의미,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조명한다. 세계인의 눈에는 이색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풍습들은 아시아 고유의 문화적 철학과 공동체 중심적 사고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기도 하다.

 

 

중국 – 신부 납치극? ‘징차이’와 눈물의 결혼식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결혼식 전에 신랑 측이 신부의 집으로 찾아가 **‘신부를 데려오는 의식(迎亲, 징차이)’**을 진행한다. 이때 신부의 친구들이 문을 잠그고, 신랑과 들러리들이 다양한 미션을 통과해야만 신부를 만날 수 있다. 겉으로는 유쾌한 놀이 같지만, 사실 이 풍습은 과거 신부 측의 가족이 신부를 쉽게 보내주지 않겠다는 상징적 저항에서 유래한 문화다.

또한 중국 남서부 일부 소수민족 지역에서는 결혼식을 앞두고 신부가 매일 눈물을 흘리는 의식을 치른다. '쿠이 탕(哭堂)'이라고 불리는 이 풍습은 신부가 가족과 이별하는 아픔을 표현하고, 동시에 결혼이 단지 기쁜 일만은 아님을 전하는 복합적 의례다. 이 의식에는 종종 어머니, 언니, 친구들이 함께 참여해 다 함께 우는 장면도 연출된다.

이러한 풍습은 오늘날 다소 희화화되어 관광 상품으로 소비되기도 하지만, 그 뿌리에는 여전히 가족 간 정서적 결속, 이별에 대한 사회적 인정, 결혼에 대한 진중한 자세가 깃들어 있다. 이는 사랑뿐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의무와 책임이 결혼에 포함된다는 전통적 가치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인도 – 불 앞의 일곱 걸음, ‘사프타파디’의 신성한 서약

인도 힌두교 전통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는 ‘사프타파디(Saptapadi)’, 즉 신랑 신부가 신성한 불을 중심으로 일곱 걸음을 함께 걷는 의식이다. 이 의식은 결혼식의 절정이며, 각 걸음마다 신이 증인인 상태에서 부부가 서로에게 서약을 한다. 일곱 걸음은 의식주, 사랑, 자녀, 건강, 번영, 믿음, 우정을 상징하며, 부부가 인생의 동반자로서 함께 살아가겠다는 약속을 의미한다.

이 장면은 단지 신화적 전통이 아니라, 인도 사회에서 결혼이 얼마나 종교적이고 영적인 사건으로 인식되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코드다. ‘불’은 순수함과 신의 존재를 상징하며, 이 앞에서 걷는 행위는 삶의 모든 영역을 함께 나누겠다는 맹세의 의례적 표현이다.

오늘날에도 많은 인도 젊은이들이 간소화된 현대식 결혼식을 선택하면서도, 이 ‘일곱 걸음’ 의식만큼은 생략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풍습이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영적 유대감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프타파디는 인도 결혼문화의 중심에 ‘신성함’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도 – 불 앞의 일곱 걸음, ‘사프타파디’의 신성한 서약

필리핀 – 동전과 로프, 서로의 책임을 묶는 결혼식

필리핀의 전통 결혼식에서는 신랑과 신부의 어깨에 **하얀 로프나 끈(코르돈, cord)**을 둘러 감싸고, 그 위에 **동전 13개(아라스, arras)**를 올리는 의식이 있다. 이 풍습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 가톨릭 전통에서 유래했지만, 필리핀 고유의 상징체계와 결합하여 독특한 문화로 정착되었다.

로프는 부부가 하나로 묶였다는 상징이며, 동전은 경제적 책임과 서로에 대한 신뢰, 풍요에 대한 기원을 상징한다. 동전을 신랑이 신부에게 건네는 행위는 “나는 당신과 가정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선언이며, 신부가 이를 받음으로써 경제적 동반자로서의 동의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풍습은 현대적인 결혼식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의식으로 남아 있으며, 가톨릭 신앙과 공동체 중심의 생활철학이 공존하는 필리핀의 정체성을 드러내준다. 특히 ‘부부는 서로의 삶을 함께 짊어진다’는 책임의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감동적이고 의미 깊은 전통이다.

 

 

인도네시아 – 발리의 결혼식, 악령을 물리치는 ‘정화의식’

인도네시아 발리 지역의 전통 결혼식은 힌두교와 지역 토속신앙이 융합된 형태로, 결혼식 전후에 반드시 **정화의식(Melukat)**이 진행된다. 이 의식은 부부가 물로 몸을 씻고, 악한 기운을 제거해 결혼생활의 평안을 기원하는 종교적 예식이다. 전통 사제(‘망쿠’)가 직접 의식을 주관하며, 정제된 물과 향, 꽃, 쌀을 이용해 축복을 내린다.

정화의식은 단순한 물리적 세정이 아닌,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영적으로 순수한 상태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의식은 죽음 이후의 영혼 정화와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결혼을 하나의 '영적 재탄생'으로 여기는 인도네시아 발리인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또한 이 과정은 부부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많아, 결혼이 개인의 일이 아닌 공동체의 사건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발리의 결혼식은 전통과 종교, 공동체와 영성이 한데 어우러진 아시아 특유의 ‘총체적 결혼문화’의 전형적 사례다.

 

 

전통 속에 살아 있는 아시아 – 지금 기록하고 이해해야 할 문화

아시아의 결혼식 풍습은 단지 낭만적이거나 이색적인 전통으로 소비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각 사회가 ‘결혼’을 어떻게 이해하고 정의하는지를 반영하는 깊은 철학을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하고 당연한 문화일 수 있지만, 그 안을 깊이 들여다보면 신념, 역사, 신화, 공동체 구조가 응축된 문화적 상징 체계임을 알 수 있다.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더 많은 젊은 세대가 서구식 결혼식 형식에 익숙해지고 있고, 전통 의식은 간소화되거나 생략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 풍습은 단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가 어디에서 왔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정체성 혼란과 글로벌 문화 동질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일수록, 로컬의 결혼문화는 더욱 중요한 문화자산이 된다.

👉 아시아의 결혼식 풍습은,
단지 두 사람의 결합이 아닌 수천 년간 이어온 문화적 서약의 재현이다.
지금 이 전통을 이해하고 기록하는 일은, 우리가 문화를 존중하고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의 시작이 될 수 있다.